<특별연재>세상꼴찌들과 사는 신부
<특별연재>세상꼴찌들과 사는 신부
  • 진실의소리신문
  • 승인 2017.12.31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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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관계
▲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겼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그 빛이 좋았다. (창세 1, 1-3) [사진=전대식, 경기 양수리 두물머리의 여명]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땅은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는데,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느님의 영이 그 물 위를 감돌고 있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겼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그 빛이 좋았다. (창세 1, 1-3)

 

 

1949년은 김구 선생이 암살되신 해였다. 김구 선생을 흠모하던 한 젊은 여인은 아기를 임신 중이었으며 출산 달을 앞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 아기는 태중에서부터 유난스레 나와 싸움을 계속했는데, 요 녀석 참 만만한 녀석이 아니네 그려! 요 녀석도 분명 이 세상에 생겨나서는 안 될 녀석인데 나를 이겨 먹었어! 나를 이겼단 말이지.”

“으앙! 으아앙! 으아앙!”

그때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그녀에게 틀림없이 이런 말을 건넸을것이다. “난 어머니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어머니가 무슨 권한으로 날 죽이려고 했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내가 어머니 소유란 말입니까?

내가 어머니 노리개냐고요? 사람이 되는 말을 해야지요.”그래서 그런지 난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사랑을 특별히 받은 것이 없다.가만 보면 항상 형만 예뻐하시는 것 같았다. 어려운 살림 와중에도 항상 형이 최고였다. 형은 머리가 좋아서 과외 공부 선생님을 두고 공부를 등 특별 투자를 잘하셨다. 그러나 동생인 나에게는 투자를 영 하시질 않으셨다.

 

과외 공부는 물론 국물도 없을 뿐만 아니라 또 나에겐 항상 엄하게만 대하셨다. 나의 아버지는 내가 아버지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을 나이였던 세 살 때, 6·25 전쟁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는 안 계셨어도 엄하신 어머니는 영락없는 아버지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초등학교 다닐 때의 나는 다른 아이들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도대체 쟤네들은 왜 아버지가 있는 거야? 어머니 한 분만 계시면 다 되잖아! 참 이상도 하네. 어째 아버지가 있어야 되는 거지? 그냥 어머니가 아버지고, 아버지가 어머니면 되는 거고, 그러니까 한 분이면 되는데 왜 두 분이 다 있어야 되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였다. 초등학생 시절 내내. 그렇다고 어머니가 특별히 엄하셨다는 기억은 나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의문의 꼬리에 꼬리가 이어진다. 왜 그랬을까 당연한 것인데. 당연하지 않는 것이 당연했던 내가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다 크도록 지금의 나에 이르기까지. 어머니의 행동도 이해가 안 가는 것들이 수없이(?) 많았다. 그렇게 세상에 태어나는 아들이 미웠으면 나한테 잘해주는 것이 아닌데 나도 전혀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하셨다고 항상 들려주었다.

 

“너의 태몽을 아주 근사하게 꾸었단다. 깊은 산속 큰 연못이 있었는데, 연못 한가운데 커다란 연꽃과 신선이 있었단다. 연꽃은 진흙탕에서 피는 꽃인데 그 연못의 물은 아주 맑았단다. 출생하는 날의 꿈은 하늘에서 소금과 고추가 한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그것을 김장하며 잘 저리고 있는 가운데 부엌 옹달샘 우물 맑은 물에 금쌍가락지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단다.”

 

1991년 2월 22일, 현리 작은예수회 마을에 오자마자 어머니는 “아! 바로 이곳이야! 공동체 앞 커다란 전나무 옆에(지금은 없어짐) 신선 같은 노인이 앉아 계셨고 235미터 밑 지하의 강과 같은 큰 연못(현 기쁜우리샘물 터) 맑은 물 한가운데 아주 커다란 연꽃이 탐스럽게 활짝 피어있었단다.

 

내가 절에 다녔을 때인데 옛날 옛적에 부처님이 그렇게 큰 연꽃을 밟고 세상에 태어났단다. 그 녀석은 왕이나 대통령이 될 녀석이란다. 소금과 고추, 수많은 사람들, 옹달샘 같은 우물 한가운데 쌍가락지는‘ 이 아이는 수많은 군사를 거느릴 장군 혹은 주교가 되는 꿈’이란다.

 

그런데 아! 이렇게 큰 지하의강과 같은 샘물이 흐르다니 이건 인류를 구원하는 성수가, 생명수가 흐르고 있는 거야. 군종신부 시절 비룡성당을 지을 때에도 커다란 웅덩이 물이 가득 있는 것을 보고, 성산동성당을 지을 때도 큰물이 고여 있는 모습을 보고 박 신부는 역시 언제나 커다란 맑은 물이 항상 따라 다니고 많은 고통받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늘 항상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모습은 넌 반드시 한국의 초대 교황이 될 거야. 반드시 말이야.” 이렇게 말씀하시는 어머님이 난너무 싫었고 창피했다.

“어머니! 제발 내가 손발이 다 닳도록 이렇게 싹싹 빌 터이니 제발 그 엉뚱한 기도 좀 그만하세요. 내가 정말 미치겠습니다. 제발 좀! 제발 어머니! 아무리 세월이 흘러, 흘러 또 흘러도 교황은커녕 주교도 되지 않았잖습니까.”

 

“뭐라고? 안 들어주었다고? 들어주셨잖아. 지금 박성구가 고통받는 장애인들과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이 모습은 분명 교황이나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을 박 신부가 살아가고 있는 거야.”

난 이 말에 두손 두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떻게 이런 말씀을 1초도 안 걸리고 해버리시다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실 수 있을까! 그리고 단번에 이런 표현을 하실 수 있는 것이 상상이 안 가는 호쾌하시고 아주 당당하고 당찬 말씀이셨다.

어머니는 내가 틀림없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믿으셨기에, 이른 새벽 빨래터 맨 위쪽의 맑은 시냇물이 시작되는 곳에서 내 빨래를 따로 하실 정도로 챙기셨다.

“이 아이는 틀림없이 김구 같은 훌륭한 나라의 지도자가 될 거야. 암 되고 말고. 형은 내가 성철이라고 성(星)자를 고집했지만 우리 집은 다 종자 돌림이라서 큰아버지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결국‘ 종남’이라고 짓고 말았단다. 하지만 우리‘ 성구(星九)’만큼은 절대 물러설 수가 없었기에 큰아버지의

고집을 드디어 꺾고‘ 성구(星九)’가 되었단다. 종구가 되지 않고 성구가 되었단다. 너를 안고 다니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어머, 얘는 어쩜 이렇게 탐스럽게 생겼냐. 참 탐스럽게 잘 생겼어. 얜 영락없는 대통령 감이야! 아주 대통령 감이라니까.’ 라고들 그랬단다.” “…?!”

 

“김구 선생님은 외자라서 훌륭하셨지만 뜻을 이루시지 못하셨다 여겨지기에 별 성(星)자를 하나 더 넣었단다. 너는 반드시 김구선생처럼 빛나는 인물이 되어라! 星자가 하나 더 들어감으로 아홉에서 열을 채우니 완전 숫자가 되는 것 아니겠느냐.

 

너는 현리의 큰 별 태양이 되어서 온 세상을, 온 천하 만민을 찬란히 비추는 사람이 꼭 되어라. 사랑하는 내 아들아.” 어머님과 나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치열한(?) 전쟁 끝에 세상에 나왔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성격이 맞지를 않았고 툭하면 잘 다투면서 지냈다. 그런데도 그건 그거고 어머니는 사주쟁이와 한약방 한의사 얘기를 좋게 믿고 계셨다.

 

“이 아이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것은 천번 만번 잘한 것이오. 아주 큰일 날 뻔하셨소. 이 아이가 장차 크게 효도하게 될 것이니 군사를 아주 크게거느릴 대단한 인물이 될 것이오. 그러나 평생을 당신과 아들과의 관계는 외롭게 지내게 될 것이오.”

 

이 말을 가슴 깊이 지니며 하느님이 주신 아주, 아주 소중한,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들로 키우셨다. 어머니는 매주 목요일마다 빠지지 않고 40년을 하루 같이 미리내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계신 곳으로 미사를 드리러 다니셨고, 겟세마네 동산에 오르시어 성모님께 기도하셨다.

▲ 매봉산 연봉의 운무,"병풍처럼 드리워진 이 아름다운 산세..저 하늘을 보아라! 하늘에 온통 성령의 불바다로 가득 끝 가는 데 모르고 흐르고 있구나.”

 

“우리 아들 꼭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영을 가득히 받게 해주셔요. 성모님.” 그래서 그곳에다 내가 은퇴하면 살라고 사제관을 사놓으셨으나 일이 많아서 현리 작은예수회 마을을 떠날 수 없는 나의 처지를 아시고 그 사제관을 팔아서 작은예수회 마을 맨 위쪽에 위치한, 어머니께서 그토록 좋아하시던 샘물공장 바로 뒤 경치 좋은 터전에, 1997년 쯤 경당을 지으셨다.

1985년 10월 하순경, 나는 첫발을 디디며 “아! 이곳이 하느님 품 안이로 구나.” 탄성을, 어머니는 박 신부와 하느님이 늘 새롭게 독대하라는 그 경당에서 “성구야, 저것 봐! 저 가운데 봉은 성부 봉, 오른쪽 봉은 성자 봉, 왼쪽봉은 성령 봉이야! 저것 봐라! 성혈이 흐르고 있잖아,

성혈이. 저 뒤를 보거라. 앞으로 수많은 차량 행렬로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성지순례 객들로 줄을이을 것이로구나! 병풍처럼 드리워진 이 아름다운 산세. 아 이 화려한 끝 가는 데 모르고 펼쳐진 이 황홀한 절경을 이루는 생명의 영의 꽃들로 옆 산들을 가득 채우고 있구나. 저 하늘을 보아라 하늘에 온통 성령의 불바다로 가득 끝 가는 데 모르고 흐르고 있구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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