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예비신자 미카엘 씨의 감동적인 영세식
영원한 예비신자 미카엘 씨의 감동적인 영세식
  • 전대식
  • 승인 2019.01.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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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배우자, 자녀 모두 개종시키고도 자신만 남아
외아들 불의의 교통사고로 잃고 실의에 젖어
민들레가족의 정성된 기도와 사랑의 선물
이미정 사비나 씨가 배우자 미카엘 씨를 영세 받도록 인도한 이경진(민들레가족 대표)씨에게 포웅하며 기뻐하고 있다.
이미정 사비나 씨가 배우자 미카엘 씨를 영세 받도록 인도한 이경진(민들레가족 대표)씨에게 포웅하며 기뻐하고 있다.

 

“오늘 저희 집에서 모이신 여러분의 장면이 마치 정조시대, 산골서 모여 몰래 미사 드리던 그 모습과도 같습니다요,”

목포 유달산 자락 외딴동리에서 구수한 전라도 말씨로 민들레가족을 맞이하던 이 미카엘 씨는 건강도 좋지 않은데 오늘 멀리서 방문하신 지도신부님도 오시고 했으니 이참에 세례 받을 준비를 하는 것이 어쩠겠냐는 민들레가족들의 인사에 한사코 자신은 조상님을 모셔야 되기에 불교를 지켜야한다며 끝까지 예비신자로 남겠다고 했다.

두 시간여 가까이 미사가 진행되고 밤11시 경 미카엘,사비나씨 부부의 손녀 쌍둥이자매는 할머니와 엄마 곁을 오가며 동그란 눈망울을 반짝거리다 주님의 기도 성가가 나오자 양팔을 올려 따라 기도를 바친다. 미사를 봉헌하던 민들레가족들은 복된 미카엘,사비나씨 가정과 공동체를 위해 간절한 기도를 바친다.

이어 박 신부와 민들레가족을 초대하고 정성된 음식을 대접한 미카엘 씨가 일어나 “오늘 미사 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200~300년 전, 조선 정조 때 외국인 신부님들 모시고 조그만 초가집에서 20여분 옹기종기 앉아 그분들의 뿌리가 오늘 날 천주교 뿌리가 되었지 않았겠나 생각하며 미사를 드렸다 며 소감을 전했다.

박신부도 미케엘씨에게 자신도 늘 미사를 올릴 때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순교자들에게 감사 기도로 시작한다 하며 ‘영세 받을 의향이 없으십니까’ 물었다. 미카엘 씨는 큰절을 올리며 감사의 예를 표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미카엘 씨는 공손히 두 손을 맞잡고 “신부님 죄송한데요. 저희가 근 천년동안 불교집안인데요, 그런데도 다 보냈습니다(천주교) 저의 아버님 어머님도 보냈고요, 우리 집사람과 아들 딸, 이제 쌍둥이 손녀딸들도 이제 보내야 되거든요. 그렇게 천주교로 다 개종을 시켰어요. 그런데 제가 장손이라 모두를 받아들여야 하기에 어려움이 있어요. 저는 항시 마음에 있습니다. 하지만 행동이 따라주지 않는 믿음이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미사 갈 때도 제일 뒤에 숨어 있습니다. 신부님 볼까봐..(일동웃음)

박 신부도 미카엘 씨의 순수한 마음이 끌렸는지 물러나지 않고 “예전에 한 사람이 있었는데 하느님을 믿으려면 내 주먹을 믿겠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분이 너무나 성실하기 때문에 ”당신은 이마에 천주교라고 쓰여 있소. 그래서 그냥 영세 받으시오” 라며 영세를 받았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냉담은 커녕 수십 년이 지난 데도 지금까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고 전했다.

그리곤 내일 미사 드릴 때 영세 받으면 어쩠겠냐고 하자 미카엘 씨가 큰절을 하곤 “아멘”이라고 화답했다. 민들레 가족들은 일제히 환호를 지르며 박수로 환영했다.

미카엘 씨는 수년 전, 한창 젊은 나이의 외아들을 불의의 교통사고로 잃었다. 순식간에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미카엘 씨의 충격은 너무나 커서 아내와 가족의 기도와 사랑에서도 헤어나질 못하고 연일 홀로 다락방에 올라가 괴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술로 밤을 지샌 날들이 허다하다. 주변에서 자칫 폐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해서 민들레가족은 더욱 미카엘 씨에게 용기를 주고 이 화마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기도했다.

민들레가족 대표 이경진(줄리아)씨는 “미카엘 씨가 워낙 순수한 사람이어서 자식을 잃은 상처도 더욱 커 아내 사비나 씨와 민들레가족들이 수많은 날들 기도와 사랑이 오늘 귀한 선물을 내리게 하신 것 같다.” 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미카엘 씨는 민들레 가족이 20여 년째 봉사하고 있는 목포 역 앞에 쌍둥이 손녀자매 손을 잡고 말쑥한 정장차림으로 나왔다. 행려인과 노숙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아내와 민들레가족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냥 흐뭇해한다. 한겨울 포근한 햇살아래 쌍둥이 손녀자매가 할아버지의 등을 도닥여준다. 미사가 끝난 후 미카엘, 사비나씨 부부와 가족들은 큰절로 하느님과 박성구 신부에게 감사의 예를 올렸다.

박 신부는 미카엘 씨가 비록 사정이 있어 영세를 받지 못했지만 조선시대 박해를 딛고 일어선 한국천주교회 뿌리를 제대로 알고 믿어 그의 순수한 마음은 이미 천주교를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되어있어 세례를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 고 전했다.

최근 한다리를 절단하고 장애인이 된 박성구 신부는 장거리 여행은 안 좋다는 의료진의 권고에도 실의에 빠진 한 가족의 영혼을 되살린 은혜로운 여정이 되었다.

박성구 신부가 세례를 받은 미카엘씨를 축하하고 있다.
박성구 신부가 세례를 받은 미카엘씨를 축하하고 있다.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어 실의에 젖은 미카엘씨를 위해 지속적으로 격려하고 세례받도록 인도한 민들레가족 이경진 대표가 미카엘씨와 밝게 웃고 있다.  목포역에서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어 실의에 젖은 미카엘씨를 위해 지속적으로 격려하고 세례받도록 인도한 민들레가족 이경진 대표가 미카엘씨와 밝게 웃고 있다. 목포역에서

 

 

투병중인 박성구 신부와 민들레가족을 위해 미카엘,사비나씨 가족이 정성껏 마련한 음식
투병중인 박성구 신부와 민들레가족을 위해 미카엘,사비나씨 가족이 정성껏 마련한 음식

 

이 사비나씨가 실의에 젖은 배우자를 위해 성모님께 의탁하고 기도하며 뜬 자수들이 거실에 걸려있다
이 사비나씨가 실의에 젖은 배우자를 위해 성모님께 의탁하고 기도하며 뜬 자수들이 거실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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